2012년 6월 23일.(토요일)
3. 무흘계곡.
무흘계곡은 김천시 증산면의 수도암 계곡과 청암사 계곡, 그리고 황점리의 옥류계곡에서 흘려내리는 맑은 물이 성주군 대가면의 성주댐과 수륜면을 뚫고 지나가는 대가천을 만들고 있다.
이 대가천 주변에는 빼어난 기암괴석의 경관과 더불어 사람들이 들어갈 수도 없을 정도의 울창한 원시림이 존재하는 천혜의 자원 보고를 형성하고 있는 골짜기를 "무흘계곡(武屹九曲)" 이라고 한다.
무흘계곡 이름은 경북 성주 출신의 도학자 한강 "정구" 선생님이 남송의 주자 "무의구곡" 을 모방하여 그의 대부분 삶을 보낸 100리 길 대가천을 거슬러 오르면서 풍광이 아름다운 아홉 곳의 명소를 골라 차례로 이름을 붙이고, 무흘구곡 이라고 하였다.
무흘구곡은 경북 성주군에서 제1곡에서 제5곡 까지가 존재하고 있으며, 제6곡에서 제9곡 까지는 김천시 증산면에 산재하고 있는 곳으로 여름철에는 풍족하게 흘려내리는 맑은 물로 인하여 많은 피서객들이 찾은 곳이다.
한강 정구 선생님은 이 무흘계곡의 아름다운 풍경을 7언 시(詩)로써 표현하여 내려오고 있는데, 그의 시 내용을 기술하여 본다.
* 한강 선생님이 표현한 무흘계곡 전체를 표현하는 서곡(序曲)에는
천하산수회저령(天下山誰最箸靈) : 천하의 산 중에 어느 곳이 가장 신령한가?
인간무사차유청(人間無似此幽淸) : 인간 세상에서 이 처럼 그윽하고 맑은 곳이 없으니
자양황복증루식(紫陽況復曾樓息) : 더욱이 자양(주자)이 다시 깃들이니
만고장류도덕성(萬古長流道德聲) : 영원토록 도덕성이 길이 흐르네.
* 제1곡 : 봉비암(鳳飛岩)
봉비암은 한강 정구 선생님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회연서원을 감쌓고 있는 산 허리를 돌아 뒤편에 대가천이 흐르는 냇가에 이르면 냇가에는 거대한 절벽을 휘감고 돌아서 내려가면 소(沼)을 만나는데, 이 소와 기암 절벽이 이루는 풍경이 중국의 적벽강과 유사하게 닮은 곳이다.
제1곡의 시 :
일곡탄두범조선(一曲灘頭泛釣船) : 일곡이라 어울목에 낚시배를 띄우니
풍사요요석양천(風絲燎燎夕陽川) : 석양이 부서져는 시냇물에 실바람 들러도네
수지연진인간념(誰知捐盡人間念) : 그 누가 알리오 세상 근심 다 버리고
유집단장불만연(唯執檀漿佛晩煙) : 박달나무 삿대 잡고 저문 연기 헤칠 줄을...
< 회연서원 뒤편에 있는 무흘구곡 중 제1곡 "봉비암" 전경 >
< 봉비암 앞에 있는 소(沼)에서 "물놀이" 즐기는 사람 >
< 봉비암 '정상석' >
< 정상에서 내려보는 '대가천' >
* 제2곡 : 한강대(寒岡臺)
한강대는 제1곡이 있는 봉비암에서 대가천 따라 약 1Km 정도 상류 방향으로 올라가면 갖말동네 뒤편 야산을 감쌓고 돌아가는 암벽 위 산마루에 지어진 정자를 말하는데, 정자의 이름은 정구 선생님의 호를 따서 "한강대" 라고 불려졌다고 한다
이 정자에 서면 부여의 낙화암과 같이 흐르는 물과 넓은 평야가 내려다 보이는 곳이지만, 지금 정자가 파괴되고 또한 오르내리는 길도 숲이 우거짐으로 폐허의 장소가 되어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한강대를 구경 할려고 하면 건너편 성주 참외를 키우는 넓은 들녘의 논을 가로 질려 방천 둑 따라 가면 반대편에서 한강대의 암벽과 더불어 흐르는 물을 볼 수 있다.
제2곡의 시 :
이곡가매화작봉(二曲佳妹化作峰) : 이곡이라 어여쁜 여인 산봉우리 되어
춘화추엽정장용(春花秋葉瀞粧容) : 봄 꽃과 가을 단풍으로 아름답게 단장했는데
당년약사영균식(當年若使靈均識) : 당시에 영균이 있어 알았더라면
첨각이소설일중(添却離騷說一重) : 이소(영균의 시)에다 한 두 구절 더했으리라...
< 무흘구곡 중 제2곡 "한강대" 가 있는 동산 >
<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한강대" 언덕 >
* 제3곡 : 무학정(舞鶴亭)
현 성주댐 바로 상류에 있는 무학정 바위는 학이 노닐고 있는 곳이라고 하여 무학이라고 불려졎는데, 생김새가 마치 배 모양을 하고 있어 선바위(船岩) 혹은 옛날 대가천을 오르내리는 배들을 이곳에서 메어 두었다고 하여 일명 "배바위" 이라고 한다.
주변 산세의 경관이 빼어난 이곳에 정자를 지었으니 이를 무학정이라고 불렸으며, 정구 선생님이 그 절경을 보고 다음과 같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제3곡의 시 :
삼곡수장차학선(三曲誰藏此壑船) : 삼곡이라 누가 이 골짜기에 배를 숨겼는가
야무인부기천년(夜無人負己千年) : 밤이라 타는 사람 없어 지난 세월 이미 천년
대천병섭지하한(大川病涉知何限) : 큰 냇물 건너기 어렵거늘 그 끝이 어디인가
용제무유지자련(用濟無由只自憐) : 건너갈 길 없으니 다만 절로 가련하네.
< 무흘구곡 중 제3곡 "무학정" 정자 전경 >
< 배를 메어 놓았다는 "배바위" 전경 >
* 제4곡 : 선바위(立岩)
바위가 서 있다고 하여 일명 선바위이라고 불려졎으며, 한자로 입암(立岩)이라고도 한다.
굽이쳐 흐르는 물 옆에 우뚝 솟아 있는 이 선바위는 일명 소학봉(小鶴峰)이라고도 불려지면서 그 높이가 지그만치 30m가 족한데, 가까이에서는 카메라 랜즈로 잡기가 쉽지 않다.
제4곡의 시 :
사곡운수백척암(四曲雲收百尺巖) : 사곡이라 백척 바위에 구름이 걷히고
암두화초대풍발(巖頭花草帶風髮) : 바위 위에는 꽃과 풀이 바람에 흩날리네
개중수회청여허(箇中誰會淸如許) : 그 중 청정함이 이같은 줄 누가 알리요
제월천심영락담(霽月天心影落潭) : 하늘에 개인 달 그림자 연못에 드리우네....
< 무흘구곡 중 제4곡 "선바위" 전경 >
< 높이 약 30m 정도 "선바위" 모습 >
* 제5곡 : 사인암(舍人岩)
사인암은 성주에서 김천으로 넘어가는 다리 아래에 있는 바위 군락지로써, 수십년 전 홍수로 인하여 떠내려 가고 없어진 곳으로 지금은 그자리 흔적만 남아있는 곳이다.
깍아지는 절벽 아래에 맑은 물이 흐르는 대가천변에 옛날 사인(舍人) 벼슬을 한 한명의 스님이 살았다고 하여, 사인암이라고 불려진다.
제5곡의 시 :
오고청담기허심(五曲淸潭幾許深) : 오고이라 맑은 연못이 얼마나 깊을까?
담변송죽자성림(潭邊松竹自成林) : 연못가의 솔과 대는 저절로 수풀을 이루네
복건인좌고당상(福巾人坐高堂上) : 두건 쓴 사람은 단위에 높이 앉아
강설인심여도심(講設人心與道心) : 인심과 도심을 강설하고 있구나.
< 무흘구곡 중 제5곡 "사인암" 모습 >
< 홍수로 인하여 떠내려간 상처를 복원하고 있는 "사인암" 전경 >
* 제6곡 : 옥류동(玉流洞)
옥류동은 옥구술이 또르르 구르듯이 티 없이 맑은 물이 끊임 없이 흐르는 계곡이라는 뜻으로, 넓은 바위 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풍류를 즐기고 있는 곳이다.
바위 기슭에 아름다운 옥류정(玉流亭) 정자가 자리잡고 있는데, 울창한 송림(松林)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더욱더 빛나게 한다.
제6곡의 시 :
육곡모자침단만(六曲茅茨枕短灣) : 육곡이라 초가집이 짧은 물굽이에 자리하니
세분차격기중관(世紛遮隔幾重關) : 어지러운 세상사 몇 겹으로 막았던고
고인일거금하처(高人一去今何處) : 높은 사람들 한 번 가니 지금은 어디 있나?
풍월공여만고한(風月空餘萬古閑) : 풍월만 속절없이 남아 만고에 한가롭기만 하네.
< 무흘구곡 중 제6곡 "옥류동" 전경 >
< 아름다운 "옥류정" 정자 모습 >
* 제7곡 : 만월담(滿月潭)
수도산 산자락의 깊은 계곡에 밤이 되면 달빛이 가득하게 한다는 뜻으로 만월담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만월담 아래에 있는 담(潭)에는 지난 홍수로 모두가 소실되므로, 암반 위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의 그림자와 달빛이 담에 비치는 모습을 보지 못함이 아쉬워 진다.
제7곡의 시 :
칠곡층만요석탄(七曲層巒繞石灘) : 칠곡이라 층층 봉우리 돌여울에 들려 있어
퐁광우시미증간(風光又是未曾看) : 이러한 풍광 또한 일찍이 보지를 못했어라
산령호사경면학(山靈好事警眠鶴) : 산신령은 호사가라 자던 학 놀래 깨워
송로무서낙면한(松露無瑞落面寒) : 소나무 이슬이 무단히 얼굴에 떨어져 차갑네.
< 무흘구곡 중 제7곡 "만월담" 전경 >
< 만월담을 표시하는 안내판과 7언 "시" >
* 제8곡 : 와룡암(臥龍岩)
수도산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면 용이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와룡대를 만나는데, 계곡이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스럽고 요란하여 마치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소리가 진동하는 듯 요란하게 바위 사이로 맑은 물이 흘려가고 있다.
그런데, 이 와룡대도 몇년 전 홍수 때 전부가 유실되어 하천 둑과 더불어 냇가를 완전 복구가 이루어지지만, 아직도 완백한 치유가 되지 못함이 애석하다.
제8곡의 시 :
팔곡파금안익개(八曲坡襟眼益開) : 팔곡이라 마음을 여니 눈도 더욱 열리어
천류여거복여회(川流如去復如廻) : 냇물이 흘러가다 다시 돌아오는 듯 하여라
연운화조혼성취(煙雲花鳥渾成趣) : 자욱한 구름 꽃과 새는 혼연히 어울려서
불관유인래불래(不管遊人來不來) : 나그네 오든 말든 관계하지 않을래라.
< 무흘구곡 중 제8곡 "와룡암" 전경 >
< 제8곡을 알리는 "이정표" >
* 제9곡 : 용추(龍湫)
일명 "용추폭포" 라고 불려지는 용추는 높이가 17m로써, 떨어지는 물의 소리가 골짜기를 진동시킨다.
떨어지는 폭포 앞에는 둥그럽게 절벽으로 쌓여 있어 포근함이 느껴지는 폭포이고, 옛날에는 소(沼)의 깊이가 명주실 한타래 다 들어갔다고 했으나 현재 약 3m의 깊이를 가진 아담한 소를 거닐고 있다.
제9곡의 시 :
구곡회두갱위연(九曲回頭更謂然) : 구곡이라 머리돌려 다시 탄식하노니
아심비위호산천(我心非爲好山川) : 내 마음 산천이 좋아 이러함이 아니로세
언두자유난언묘(源頭自有難言妙) : 근원은 본디부터 말로 못할 묘함이 있나니
사차하수문별천(捨此何須問別天) : 이를 버리고 어찌 별천지를 묻겠는가?
< 무흘구곡 중 제9곡 "용추" 전경 >
< 힘차게 흐르는 "용추폭포와 소" 전경 >
옛 시대에는 교통이 발전하지 못함으로 걸어서 100리 무흘구곡 구석구석 전체 풍류를 즐길 수 있기에는 한계가 따르므로, 여기 용추에서 무흘구곡 풍경이 종결 됨이 너무나 미련이 남는다.
오늘, 한강 정구 선생님이 걸었던 무흘구곡을 구경한 것을 나는 500년이라는 시차(時差)를 두고 승용차를 이용하여 주마간산(走馬看山) 같이 단숨에 돌아 보았지만, 나에게는 아무런 시상이나 풍경미를 느끼지 못하는 무지(無知)가 나를 슬프게 만든다.
< 벌거숭이 바닥을 들어내는 "성주댐" 전경 >
아쉬운 발걸음로 되돌아 내려오면 올라갈 때 보았던 성주댐을 다시 만나는데, 댐에는 가뭄으로 인하여 물이 줄어 벌거숭이 바닥을 들어내고 있는 모습 바라보고 있으니 인간이 자연 앞에 얼마나 미미한가를 다시 한번 더 느껴보는 시간이 지나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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