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5일.
올해는 유독 지루한 장마로 인하여 여름과 같은 폭염의 더위도 한번도 없이 그냥 지나가는 듯 하드니, 모처럼 맑은 날씨에 전국적으로 "폭염(暴炎)" 주위보가 발생하게 만든다.
이런 날에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이야기와 같이 많은 땀 흘려보기 위하여 모든 약속을 뒤로 하고, 산행버스에 올랐다.
오늘 등산코스는 옛날 부터 한번 종주하고 싶은 충동으로 늘 마음에 새겨두고 있는 충청북도 괴산군에서 경상북도 문경군까지 걸쳐있는 "대야산(大耶山)" 산행을 하기 위하여 길을 나서본다.
버스는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있는 괴산 방향의 "선유동계곡" 에서 부터 시작한다.
오늘 등산 Guide는 Main Guide가 아닌 보조 Guide가 길을 안내하는데, 이 Guide 분은 평상시 내가 존경하는 대구에 있는 모 대학교 선배로써 56학번 이고 우체국에서 35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어 그저 국장님이라고 호칭하면서 그 연세에도 산행에느 귀재가 된다.
산의 들머리에서 약 1시간 정도 올라가면 3거리가 나오는데, 계곡 따라 바로 직진하면 "밀재" 라는 고개로 가는 짧은 코스이고 왼쪽 방향으로 산을 바로 쳐 올라가면 "중대봉" 이라는 코스로 가는 길이다.
이 코스는 좀 위험한 곳이 몇 곳에 자리하고 있고 능선도 3개 정도를 넘어야 함으로 약 2시간 정도 더 소요되는데, 고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삼가하는 것이 좋다고 Guide가 설명을 한다.
고소 공포증이 많은 나는 두말도 안하고 "밀재" 방향으로 코스를 잡을려고 하니 나이가 많은 Guide 자기도 중대봉 방향으로 올라가는데, 이미 밀재 방향에서 대야산으로 가는 코스는 몇년 전 한번 경험이 있는 사람이 그 방향으로 다시 갈려고 한다는 죠크에 그래도 대야산은 "속리산 국립공원" 에 속하므로 다소 안전 장치는 되어있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중대봉 방향으로 따라 나섰다.
약 30분 정도 올러가니 Rope가 설치 되어 있어, 그럭저럭 올라갈 정도가 되어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데 한참 더 올라가니 높이 한 50m 정도 대슬랩이 나타난다.
이 곳에는 Rope 같은 안전장치 한개도 없이 오직 신발의 힘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하면서, 늙은 영감쟁이가 먼저 시범을 보이면서 먼저 올라가 버린다.
수십 메터(m )바위 낭떠리지 모서리 부위의 경사면(약 60도 정도)을 타고 갈려고 하니, 오금이 절려온다.
다시 내려가야 하나 아니면 올라가야 하나 고민 속에 한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받으면서 바위 위에 앉아, 온 몸에 땀으로 범벅이 되면서 양자 택일의 고민속으로 무작정 시간을 소모하여 본다.
한참 기다림 속에 빠져 있을 때, 한쌍의 젊은 부부가 올라와서 먼저 남자가 올라가 그의 Wife에게 오르는 요령을 가르켜 준다.
그러고 나서 여자가 올라가므로 인하여 나도 죽을 각오로 오름을 시도하였고, 또한 오름을 성공하였기 때문에 오늘도 이 글을 쓰고 있음에 감사 드린다.
바위 위에 올라가 원기를 보충하여 다시 산행을 시도하니 다시 60m 정도의 직벽이 또 나타나는데, 이곳 직벽 중간 쯤에 소나무 한 그룻이 있어 이 나무를 이용하여 Rope가 30m 씩 나누어 설치가 되어 있으면서 바위 중간 틈에서 좀 휴식을 취할 수 있어 다행이다.
직벽을 타고 나니까 몸의 기운이 다 빠져 나머지 산을 올라가는 힘이 완전이 고갈이 되어 거의 4발로 기면서 해발 830m "중대봉" 에 도착하여 긴 휴식에 들어가는데, 이곳에서 보는 931m "대야산" 암릉 조망이 환상적이다.
< 중대봉에서 보는 "대야산 암릉" 전경 >
또 다시 능선 따라 봉우리 3개를 넘으니까 밀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3거리 봉우리가 나오는데, 바로 눈 앞에 대야산 정상까지 물반 고기반이 아니고 산반 사람반이 되는 야시장이 된다.
이곳에서 한 청년이 추억의 "아이스케끼" 1개에 2.000원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대부분 등산객들 입에 1개씩 물고 있어 나도 1개를 구입하여 물어본다.
산의 정상 언저리에서 간단하게 점심식사의 시간을 가지고 나서, 너무나 많은 인파로 많은 기다림을 가지고 나서야 비로써 "정상석" 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장을 찍을 기회가 나에게도 온다.
< "대야산" 정상석 >
대야산 정상에서 보는 조망은 글로써 표현하기가 좀 힘들게 만드는데, 앞에는 봉정사를 앉고 있는 "희양산" 큰 바위 덩어리와 그 앞에 무진장 큰 채석장의 돌산이 자리하고 있다.
남쪽으로는 문장대, 관음봉, 묘봉 등의 봉우리가 이어지는 속리산과 북으로는 남군자산 및 칠보산이 병풍과 같이 둘려쳐 있고, 산 골짝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유명한 용추계곡, 괴산 선유동구곡, 문경 선유동계곡, 좀 멀리는 화양동구곡, 쌍곡계곡, 쌍용계곡, 봉암계곡 등 유명한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말 골짝기 마다 풍족한 물이 흘려가고 있고, 아름다운 경치를 품고 있는 계곡의 산에서 무한정 머물다가 하산길로 들어가는데, 거의 수직으로 내려가야 하는 "피아골" 방향으로 들어섰다.
이곳 길에는 안전을 위하여 많은 Rope가 설치되어 있지만, 산행 길이 암석 사이로 이루어져 있는 곳에 거의 수직으로 내려가야 함으로 안전에 많은 조심이 요구되며 거의 1시간 정도 기고 나면 피아골의 풍족한 수량을 가진 계곡을 만난다.
물길 따라 약 30분 더 소비하고 나면 밀재 방향의 "다래골" 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류되는 계곡을 이루고 있는데,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계곡을 저 유명한 "용추계곡(龍湫溪谷)" 이라고 한다.
용추계곡의 대미는 "용추바위" 이며 용이 승천하면서 남겼다는 비늘 자국이 선명하고, 소(沼)와 담(潭), 폭류, 와폭가 있는 계곡으로서 여름철에는 암반 위에 흐르는 계류와 폭포가 시원한 눈 맛을 보장한다.
대야산은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이라 계곡의 물빛은 유난히 투명하고 푸르고, 용추계곡은 장판과 같이 깔린 널찍한 화강암과 그 위를 옥구슬 처럼 구르는 물 줄기가 일품이다.
경북 쪽에 있는 용추계곡의 용추는 문경 팔경 중 하나이자 대야산 제일의 명소로써, 그 신비한 모습으로 인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산에는 용추라는 지명이 없는 계곡이 없듯이 이곳 또한 암수 한쌍의 용이 승천하였다는 전설이 서려있는 곳이기도 하는데, 거대한 바위가 무엇인가 충격을 받았는지 깊은 웅덩이를 빚어 놓고 맑고 깨끗한 물을 한참이나 담아 두었다가 아래로 패인 물골을 따라 밑으로 흘러가서 또 하나의 넓게 퍼진 물 웅덩이를 형성시킨다.
물이 어찌나 깊은지 빛깔은 언제나 짙은 초록빛을 띄고 있으며, 익사사고를 대비하여 개울의 양쪽 옆으로 동아줄을 매달아 놓고 있다.
용추를 옆으로 대야산 등산로에는 "왕건" 드라마 촬영지 였음을 자랑하는 안내판이 있어 이곳의 유명세를 짐작케 해주는데, 마지막으로 외눈박이 "궁예" 가 왕건에게 칼을 받고 죽은 장면들이 이 바위에서 촬영한 것이라 KBS 사극을 본 사람은 기억이 생생하리라.
내가 지금까지 산을 다니면서 다른 산에서 만난 계곡에서는 대부분 남자들이 많이 알탕을 즐기는데, 오늘 만난 이 용추계곡에는 어린이들과 여자들이 그렇게 많이 알탕을 하고 있어 눈 요기는 잘한다 마는 그러다 보니 진작 나는 알탕도 한번 못하고 족탕으로 만족해야 하는 슬픈 산행이다.
돌아오는 길은 금년 4월 초파일 "봉암사"를 등산하면서 걸어서 내려왔던 길과 마주치는 문경 "가은" 방향으로 해서 버스는 남쪽으로 달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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