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7일.
이젠 일기는 제법 쌀쌀함이 엄습하여 오는 초겨울 문턱으로 들어서므로 산에는 고운 자태를 뽐내는 단풍도 다 떨어지고 더구나 설산 풍경을 음미하면서 눈길 걷는 매력적인 겨울 등산 때도 아닌 어중충한 시기에 몸의 활동만 많이 떨어지는 계절로 접어들다 보니, 산 찾기가 제일 싫은 기간이 된다.
그래도 움직이지 않으면 생체의 리듬이 멈출 것 같은 예감으로 인하여, 몸에 활력을 불려 일으키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무작정 길을 나서 본다.
대부분의 사람 심리가 비슷한지 산행길을 나서는 사람이 많지 않아, 버스에는 단촐한 식구로 구성하면서 강원도 두뫼산골 홍천 "공작산" 입구에 내려 놓는다.
오늘 공작산을 종주하기 위해서 수타사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하기로 하고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주 중이라서 그런지 우리 일행을 제외하고 텅텅빈 주차장과 주차장 주변에 있는 상가에도 정적만 내리고 있고, 또한 길에는 다른 등산객 한명도 보이지 않는 쓸쓸함이 묻어나는 산행길이다.
공작산은 산림청 지정 한국 100대 명산에 당당하게 들어가는 산으로 이렇게 한산하다 보니 좀 낮선 것 같지만, 그래도 간단하게 체조를 통하여 몸에 활력소를 부여하고 보(堡) 따라 난 길로 접어드니 보에 있는 물은 벌써 살 얼음이 하얗게 덮혀있다.
산 모퉁이를 돌아서 가보니, 양지 바른 곳에 추위로 몸을 잔득 움추리고 앉자서 하얀 입김만 뿜고 있는 "수타사" 아름다운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 야산 앞에 있는 "수타사" 의 전경 >
수타교를 건너 사찰 입구에 들어서니까 사찰 주위 배경이 너무나 아늑한데, 풍수지리학적으로 보면 최고의 명당자리인 것 같아서 수타사는 유명한 명당자리를 찾지하고 있는 것인가?
야산기슭 앞에 자리잡은 수타사는 신라시대 "원효대사" 가 창건했으며, 처음에는 "일월사" 라 불렀다가 후에 수타사라고 개명하였다고 한다.
제일 먼저 "사천왕문( 현판에는 봉황문이라고 붙어있음)" 이 웅장 함을 뽐내면서 자리하고 있는데, 내부에는 흙으로 만든 "사천왕" 상이 눈을 부릇 뜨고 불보살 세상으로 들어서는 모든 중생들에게 죄를 먼저 심판하고 있나보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석가모니의 공덕을 찬양하여 한글로 만든 "월인석보(月印釋譜)" 가 사천왕문을 수리하든 중 사천왕상 복부에서 발견되어 진본을 이곳 사찰에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사천왕문 통과하면 "수타사(壽陀寺)" 라고 써 있는 현판을 가진 옛 건물 한채가 나오는데, 그 건물 외형을 보면 문화재 급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고 건축물이지만 내부에는 창고와 같이 물건이 어지럽게 널려있어 실망 덩어리의 건물이다.
< "수타사" 라는 현판이 붙어있는 경당 건축물 >
이 사찰에는 "3정 5S(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 운동도 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방치하고 있어, 사찰에는 게으른 사람들만 모여있나 보다.
이 건물 우측으로 돌아서면 넓은 마당 끝에는 몇 개의 계단 위에 일직선으로 하여 왼쪽에는 Main 사찰이 되는 "대적광전" 과 오른쪽에는 "원통보전" 이라는 건물이 나란히 건축되어 있는데. 가람의 배치 방법에도 없는 Main 건물 2채가 나란히 서 있는 형태을 하고 있다.
가정 집으로 대비하면 한 집안에 동격지위를 가진 2명의 아버지를 모신 것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 사찰이라 별 꼴을 다 보는 사찰이다.
또 다시 관람을 위하여 발품을 팔려고 하니 골치가 아파오는데, 뒤도 돌아 보지 않고 수타사 사찰을 나와 산길로 접어든다.
< 수타사의 Main 건축물 "대적광전" >
< 대적광전과 동일선 선상에 지어진 "원통보전" >
처음 등산길은 넓은 계곡따라 길이 만들어져 있는데, 계곡이 얼마나 깊은지 겨울 초입이 되어도 풍족한 물이 흘려내려오고 있으며 약 8㎞ "수타계곡" 곳곳에 솟은 기암 절벽과 백색암반 위로 맑음 물이 흐르고 있다.
더불어 용담(龍潭)을 비롯한 여러 소(沼)와 풍족하게 흐르는 파란색 물결과 잘 조화가 되어 절경을 이루고 있는데, 여름철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갈 장소가 될 것 같다.
시선은 물과 백색 바위와 조화로 이루어진 절경을 감상하면서, 한 30분 정도 걷다보면 산행길은 계곡 옆을 벗어나 "약수봉" 올라가기 위하여 급경사 길로 접어든다.
낭떠리지 길에는 낙옆으로 덮혀 있어 매우 미끄럽고, 또한 Rope 등 안전시설의 미흡으로 인하여 무척 힘든 산행이 된다.
추위로 잔득 껴 입은 옷을 하나하나 벗어도 땀으로 번벅이 되는 고난길을 1시간 정도 올라가면 해발 558m "약수봉" 정상에 이른다.
< 수타사 뒤편에 있는 "약수봉" 정상 >
정상까지 올라와 되돌아 보니까 수타사가 앉자 있는 작은 동산이 또 다른 산으로 둘려 쌓여 있고, 그 주위에 물이 빙돌아서 흘려가는 형상을 하고 있어 밑에서 봐도 범상치 않은 장소인 것 같으면서 이곳에서 보는 사찰이 더욱더 명당자리를 점유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한다.
참 원효대사의 안목과 지혜에 다시 한번더 고개를 숙여진다.
한참 동안 휴식을 취하고 나서 급경사의 내리막 길로 내려가면 산골 민가 마을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남이 일어나는 고개에 도착하고, 또 다시 급경사의 오르막 길로 반복적으로 접어든다.
발 아래에는 소복하게 쌓인 낙옆 길을 걸어가니까, 사각사각 낙옆이 부서지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참 무미한 산행길이 길게 이어진다.
능선을 반복하여 오르내림 만 반복하다 보니 이내 피로의 누적으로 짜증만 잔득 배어나지만, 다행이 나 보다 몇 년이나 년배가 되는 한분이 학교를 정년 퇴직하고 틈틈히 산행하면서 얻은 지식을 기초로 하여 금년 8월 산행 기행기를 발간하였다고 한다.
책(제목 : 산길 걷는 이야기)으로 출간하여 많은 애독자와 동료들의 부려움을 받고 있다는 한 등산객과 같이 동행하면서, 세상 이야기를 하면서 걷고 있으니까 지루함은 반감 되어진다.
또 다른 봉우리의 정상 부근에 이르니까 암벽으로 이루어진 부분이 많이 나타나면서 산행시간이 무한정 늘어지는데, 공작산은 우리나라에서 100대 명산에 올라 있는 산이지만 이곳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무엇을 하는지 궁궁하다.
< 정상 120m 전에 있는 3거리 "이정표" >
안전 사다리 한 곳도 설치하여 놓지 않고 간간히 Rope 몇 곳만 달랑 메달아 놓고만 있어, 위험한 장소가 곳곳에 산재하고 있어 실망이 매우 큰 산이 된다.
진고의 노력으로 해발 887m "공작산" 정상에 도착하는데, 공작산은 꼭대기에서 부터 뻗어나간 능선이 마치 공작새 날개처럼 펼쳐져 있다 하여 "공작산"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면 홍천군 일원이 한 눈에 들어오면서 서울에서 속초로 가는 새로운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하여 긴 고가다리가 보이고 있으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면 깎아 세운 듯한 암벽이 곳곳에 있어 다소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있지만 정상 뒷편에 산불감시 초소와 더불어 통신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실망을 첨가(Plus) 시킨다.
< 공작산 정상 : 뒤편 나무 사이에 통신시설이 보임 >
다른 일행과는 많은 시간적 간격의 차이가 발생되어 제일 꼴치에서 걷고 있지만, 그래도 정상에서 느근한 시간을 가져본다.
설마 가이드는 우리 일행 2사람을 두고서 버스는 먼저 출발하지 않겠지 하는 오기의 배짱도 부려보면서....
정상에서 "공작산자연휴양림" 통과하여 버스가 기다리는 "공작골 저수지" 까지 1시간 이내면 내려간다고 등산 안내서에 나와 있지만 하산길이 너무나 급경사로 이루어져 있고, 또한 낙옆으로 미끄러움 발생으로 엉금엉금 기면서 내려오니까 시간이 무한정 늦어진다.
휴양림 아래 임도길 까지 내려오니까, 한 민간인이 별장을 건립하면서 사유재산 길에 등산객들이 다니지 못하도록 보기싫은 비닐 테이프 울타리를 만들어 놓아 등산길을 차단시키고 있다.
그래서 많이 우회하도록 하게 하여 다소의 짜증이 발생하지만 할 수 없이 우회하면서 조금 더 내려오면 사람 키보다 더 큰 입간판 3개가 서 있는데, 그 내용은 길가에 승용차를 주차하여 두면 견인조치를 하겠다고 엄포를 하고 있다.
또한 입산금지와 더불어 산나물(더덕 등)에 손을 된다면 죽인다는 공갈 문구를 크게 써 놓고 있는데, 꼭 그렇게 하여야만 직성이 풀어지는 것 인가? 자살한 노무현 대통령이 삶도 다 자연의 한 조각으로 돌아갔는데....
엄동설한의 초 겨울에 사람은 커녕 개미 새끼 한마리도 보지 못하고 걸어온 산인데, 무슨 놈의 그렇게 험한 문구를 써서 주위 풍광을 흐리게 하면 홍천군이 우수한 지방자치단체이라고 칭찬을 하겠는가?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자기의 지방을 홍보하면서 어찌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산천에 머물고 가는 장소로 만들기 위하여 혈안이 되면서 지혜를 모우고 있는데,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산에도 꾸밈의 가지면서 다시 찾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반하여 이 놈의 공작산 종주길에는 시작 부터 마지막 끝날 때까지 무성의로 불쾌감만 잔뜩 부여하는 산이다.
오직 답답해서 그 놈의 입간판 사진도 한번 찍어봤지만, 이렇게 조물주가 주신 좋은 풍광과 조상의 지혜가 묻혀 있는 아름다운 산천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사리사욕에만 채울려고 하는 형태가 이해를 할 수 없다.
또한 그렇게 험한 내용을 붙어 놓고 있어도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머리에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 그려 보면서, 대구에서 머나먼 홍천까지 와서 보고 배운 것이 고작 Negative성 문구만 보고 갈려니 한숨만 절로 나온다.
살아생전 이곳 홍천군의 고장을 처음 찾았지만, 두번 다시는 발길을 주지 않겠다는 교훈만 충분하게 공부한 산행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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