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날.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좀 행세께나 한다는 3.000여 명 사람들이 시청, 도청, 구청, 교육청 등 "청" 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심판받기 위한 날, 반대로 일자리도 없는 일일 실업자(?)들은 베낭을 메고 산으로 찾아간다.
나도 그 동안 섬으로 관광성 산행이나 즐기면서 산행 공백기간을 좀 가지다가 모 처럼 버스에 이르는데, 만차의 인원이 자리잡고 있다.
오늘 산행은 충북 괴산군과 경북 문경군의 경계선에 있는 "악휘봉" 과 봉암사를 품고 있는 "희양산" 으로 이분화하여 산행이 이루어진다.
중부고속도로 "연풍 Toll gate" 에서 한 5분 정도 달려 악휘봉 초입 입석마을에 10시 40분 경 도착하니까. 30여 명은 희양산으로 가기 위하여 차내에 계속 머물고 있으며 달랑 10명 만 하차하여 등산에 필요한 준비운동을 한다.
희양산 등산은 작년 사월초파일 시도하였다가 스님과 전경들 저지로 인하여 희양산 언저리로 돌아 "이만봉" 만 거쳐 봉암사로 하산하여 본 산이라, 나에게 처움으로 산행을 시도하는 악휘봉으로 방향을 돌린다.
악휘봉은 괴산군 연풍면과 칠성면 쌍곡리의 경계에 위치한 산으로 백두대간의 본 줄기에서는 한 발짝 벗어나 일구어낸 절경의 산이다.
악휘봉 전체는 5개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봉우리 마다 암릉 미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하는데, 제4봉이 주봉으로 하는 해발 845m 악휘봉 정상이라 한다.
산행하는 사람들 모두가 젊음을 뽐내는 싱싱한 사람들이라, 오늘도 제일 끝에서 가야겠다는 생각을 머리에 넣고서 뒤 꽁무니에 따른다.
이내 녹음이 우거진 호젖한 산길로 들어서니까 찔래꽃 향기가 산들바람 타고 코끝을 자극하고 있는데, 어릴 때 고향 뒷 산에서 소를 먹이며 한 없이 냄새에 파묻히고 가시에 찔리면서도 새순 꺽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하여 찔래꽃 나무에 매달린 생각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찔래꽃이 피면 뻐꾹새가 울고 뼈꾹새가 울면 본격적으로 농사에 매진하는 초여름으로 들어간다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벌써 올해도 반이 지나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젖어보니 정말 세월이 화살보다 더 빨리 지나간다.
공해로 찌들린 도시에서 생활하다 보니 자연의 변화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나의 신세가 너무 처량한 것 같다.
가는 길 중간에 3명의 등산객을 만나는데, 그 중 한명이 맨발로 산을 오르고 있어 자연과 동화하며 생활하는구나 하는 생각가지면서 나도 언젠가 "루소" 와 같이 자연으로 돌아 가리라.....
산행 초입에서 부터 일행들은 흔적도 없이 살아지고 자연 풍경에 도취하면서 천천히 고도를 상승하니까, 몇 일간 산을 찾지 않았다는 신호가 몸으로 바로 직결한다.
< 녹음이 우거진 "악휘봉" 으로 가는 산길 >
땀으로 번벅되고 호흡 곤란으로 인한 심장까지 고통이 따른 산행 길 한시간 정도 고행하여 3거리 안부 능선에 올라서는데, 이 고개에서 나의 몸 Condition을 조절하기 위하여 무한정 늘어지게 휴식을 가져본다.
보이지도 소리도 없이 나의 몸이 이렇게도 많이 망가져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빠지면서 하늘을 쳐다보는데, 나무가지 사이로 흰구름만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
이 3거리 안부에서 능선따라 올라가면 푸른 소나무 사이로 햐얀 속살을 들어내어 놓고 있는데, 흰 바위에는 기다란 안전 Rope가 수 없이 메여있어 사람의 인내도를 시험한다.
< Rope를 타고 올라가야 하면서 '인내심' 을 요구하는 암벽 >
바위를 넘고 넘어 20여 분 투자하여 거대한 바위 덩어리인 제1봉에 올라서는데, 화창한 봄날씨가 등산하기에 최상의 날씨를 보여주고 있어 사진 애호가들에게는 산과 구름을 배경으로 작품사진 찍기에는 최상의 조건인 것 같다.
바위 덩어리 위에 외로운 소나무 하나가 우뚝 솟아 있는데, 입석마을 사람들은 그 나무를 "관송" 이라 부른다고 한다.
< 흰구름을 배경으로 독야청정 하고 있는 "관송" 나무 >
이 나무는 고귀한 선비 "관모" 형상과 비슷하다고 하여 관송이라 불려지면서 참 아름다운 자태를 하고 있는데, 비록 천년의 수명은 못 되어도 악조건의 바위 사이에서도 삶의 꼬리를 접지 않고 살아가는 생명력과 고귀한 고목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절로 마음이 엄숙하여 진다.
우리 일행 중 남자 2명과 여자 1명이 고목과 암벽 풍경에 매료되는데, 사진을 촬영하기 위하여 구석구석 돌아 다니면서 포즈를 잡고 있다.
내가 힘들게 느릿느릿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동정과 걱정이 앞서는 모양인데, 끝까지 산행이 가능한지 의사를 타진하면서......
관송나무를 뒤로하고 거대한 암벽 사이로 한 50m 직벽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길에는 한가닥 Rope를 의존하면서 곡예하듯 내려가야 한다.
일행이 내려가는 모습을 최대한 컨닝을 하는데, 바위의 뿌리에 내려 서니까 체력 소모가 완전히 동이난다.
< 암벽 Rope를 타고 직벽으로 내려가는 일행 >
또 다시 일행을 먼저 보내고 뒤에서 체력조절과 더불어 천천히 제 2봉과 제 3봉의 암벽을 넘고 넘는데, 제 4봉인 "악휘봉" 정상에 이른다.
악휘봉 정상에는 2개 정상석이 있으면서 초라한 옛 정상석이 산 꼭지점을 점령하고 있는데, 새롭게 단장한 정상석은 조금 넓은 바위 위에 자리잡고 있어 정상석 앞에 서서 조망 구경에 빠져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 정상을 나타내고 있는 기존 "정상석" 모양 >
< 새롭게 단장한 해발 845m "악휘봉" 정상석 >
악휘봉 정상 부근에는 온통 기암 괴석과 노송 및 고사목으로 이루어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데 인근 희양산에 비하며 바위 덩치가 조금 작을 뿐 모양이나 기묘한 형상은 더 없이 아기자기하다.
< 악휘봉에서 본 "희양산" 바위와 흰구름 >
북에서 동으로 멀게는 "월악영봉" 에서 부터 신선봉, 조령산, 주흘산, 굽이굽이 아흔아홉 고개 "이화령" 이 넘실거리고, 동쪽으로 구왕봉, 희양산, 이만봉, 서쪽으로 칠보산, 군자산, 남군자산의 위용이 눈 앞에 거대한 파도처럼 일렁거리는 중심에 서 있다.
갈증으로 인하여 충분한 수분 보충과 더불어 땀이 어느 정도 마를 때까지 정상에 머물다가, 한 1-2분 내려가면 "선바위(立石)" 에 이른다.
< 허물어지고 있는 "선바위" 와 선바위를 의존하면서 자생하고 있는 소나무 >
선바위는 절벽 끝부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으며 높이가 약 4-5m가 되며 바위 옆에 성장하고 있는 노송나무가 낭터리지에 떨어지지 않도록 손을 꼭 잡아주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제는 힘이 부치는지 자신의 몸이 다 뭉개져 곧 허물어지는 형상을 하고 있에 매우 애초롭다.
아무리 단단한 돌도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는 듯, 자연의 섭리 앞에서는 생로병사의 원리에 따라 소멸되어 지는가 보다.
선바위를 배경으로 추억의 사진 몇장 만들어 놓고 능선따라 조금 내려가는데, 먼저 간 일행 3명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한 자리를 만들고 있다.
식사를 통한 시간적인 여유 가지면서 상호 통 성명하여 보는데, 남자 2명은 김천 "K고등학교" 동기로서 년식은 내 보다 2-3년 더 사용한 구형이지만 산행 실력은 이팔 청춘이다.
가끔 Guide 산악회인 "KJ 산악회" 에 참석하여 거의 선두를 달릴 정도 산행 실력 보유한 청년(?) 같는데, 오늘 이곳 "산앙산악회" 에서 나의 산행하는 모습을 보니까 할아버지로 대접하여야 하겠다고 한다.
여자분은 "KJ 산악회" 에서 자칭 및 타칭 "공주" 라는 아명을 사용하고 있는데, 등산하면서 찍은 사진을 종종 카페에 올리고 있는 준 Pro-Alpinist 이다.
말이나 행동으로 보아 아줌마 임이 틀림 없으나 편리상 아가씨로 강등하면서, "공주아가씨" 로 호칭하기로 한다.
공주는 사진 찍는 것을 취미로 하다보니 암벽을 배경으로 많은 추억 사진을 만들면서도, 호탕하게 웃은 모습을 보이므로 참 젊게 살고자 노력하는 공주인 것 같다.
나도 몇년 전까지 kJ산악회에 가끔 이용한 경험이 있지만 이제는 조금이라도 시간적 여유를 많이 부여하는 "산앙산악회" 로 이동하여 산을 찾고 있는데, 오늘 산행하는 모습이 영 말이 아닐 정도로 4발로 기다 보니 이야기 상대도 되지 못하여 밥만 열심히 먹는다.
그래도 4명 모두 "KJ산악회" 에 다녀본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보니, 산행에 대한 대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면서 산을 애찬한다.
진수성찬과 더불어 약간의 알콜도 겸한 만찬을 끝내고 5분 정도 올라가면 제 5봉 "장성봉" 에 이르는데, 여기에서 부터 국립공원 속리산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로 접어든다.
장성봉에서 왼쪽으로 한 100m 내려가면 3거리 안부에 이르면서 백두대간 길은 오른쪽 "희양산" 방향으로 바톤을 넘기고, 일행은 왼쪽 마분봉 방향으로 길을 접어든다.
< 마분봉 능선과 공주 : 살짝 초상권 침해하여 지송 >
여기서도 바위에 걸쳐있는 Rope 이용하여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고비를 몇번이나 반복하는데, 한 20여 분 정도 씨름하면 "은티재" 에 이른다.
이곳 은티재에는 4곳의 방향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는데, 산행에 힘이 부딛치는 사람은 "입석이나 은티" 마을로 바로 하산하는 지름 길이 있다.
그래도 악휘봉 등산의 대미는 마분봉을 빠진 산행은 이야기 할 자격도 없다는 공주아가씨 조언으로, 다시 오르막 길로 접어 든다.
마분봉 정상으로 가는 길 중간에 산행 초입에 만난 "맨발 청춘" 아저씨가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올라오고 있는데, 왜 그렇게 맨발로 걷는가 물어보니 등산화 구입에 사용하는 돈이 아까워 맨발로 다닌다고 한다.
< 맨발로 산행하고 있는 "아저씨" 발 모습 >
앞으로 가는 코스에는 전부 암벽 투성인데 가능하겠나 물으보는데, 지금까지 왔던 길 전부 암벽인데 문제 없다고 하니 참 건강하게 생활하는 젊음이다.
해발 776m "마분봉" 정상에 이르니 여기에서도 또 다른 전망이 펼쳐지는데, 특히 지금까지 열심이 걸어온 악휘봉 암벽이 눈앞에 머문다.
< "마분봉" 정상석을 배경으로 하여 >
암벽 틈 사이에 서 있는 "적송" 나무가 바위 사이로 뿌리 내리기 위한 생존의 치열함과 더불어 고난을 이기면서 자라가고 있는데, 소나무 형상이 전부 분재와 같은 아름다운 자태를 만들고 있다.
나무와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가 바쁜 K 일행과 공주는 내보다 훨신 후미를 장식하고 있는데, 이젠 후미에서 나를 보고 내려 가는데 신바람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기암 괴석과 울창한 적송나무 사이를 돌고돌아 암벽을 타고 내려 오면 "UFO" 바위에 이른데, 바위 내부에 "ET" 라는 외계인 아저씨가 지구에서 온 승격이 타면 바로 이륙 할려고 준비 완료하고 있다.
< "UFO" 형상하고 있는 바위 모습 >
고소공포증 덩어리가 되는 나를 제외한 3명은 각각 우주선에 올라가 외계인과 동승하여 잠시나마 복잡한 이 세상의 근심 걱정을 내려 놓고, 우주로 날아가 "순간 속에서 영원을 꿈꾸는 세계" 로 잠시 여행을 즐기고 돌아온다.
우주를 갔다온 3명이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이상한 말로 대화를 하지만 핸드폰 울림소리는 아니데, 그 사이 우주인 말을 배우고 왔나?????
또 다시 하산하는 사이에도 재미 있는 바위들이 산재하고 있는데, 바위를 배경으로 동심 세계로 빠지다 보니 하산시간이 무한정 소요된다.
< "기암괴석" 과 그 사이에 자생하고 있는 "적송" 나무들 >
암벽지대를 지나 숲속 길로 접어드니 하산시간의 임박으로 30여 분 정도 속보로 "은티마을" 에 도달하는데, 희양산으로 등산한 대부분 사람들과 악휘봉에서 먼저 간 일행들이 함께 모여 개울가 느티나무 밑에서 막걸리로 하산주와 더불어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있다.
제일 늦게 도착한 우리 일행도 하산주 한잔하기 위하여 Guide에게 쥐꼬리마한 시간을 구걸하여 하산주에 젖어보는데, 꿀 맛같은 막걸리가 갈증 해소에 최고 청량 음료수가 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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