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관람.

제23회 이인성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윤석남 여사' 미술과 작품 세계를 관람하며.

용암2000 2023. 12. 21. 11:00

2023년 12월 15일.(금요일)

* 윤석남 여사의 미술과 작품 세계를 관람하면서.

엘리베이트를 이용하여 대구미술관 2층으로 올라가면, 2023년도 '제23회 이인성(李仁成) 미술상' 을 수상한 '윤석남(Yun Suk Nam)' 여사의 작품전을 만난다.

이인성 미술상은 서양화가 이인성 화백의 작품세계를 기리고 한국 미술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하여, 대구광역시가 1999년 제정된 상으로 2014년 부터 대구미술관에서 명맥(命脈)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남 작가는 여성, 생태, 역사 등의 주제를 통해 국내 문화예술의 유산을 현대미술 매체와 결합하는 유연성과 독창성을 높이 인정을 받아 심사위원회에서 부터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영역을 개척하고, 회화와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이뤄가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라는 이유로 윤석남 작가의 선정 이유를 밝혔다.

미술가 윤석남은 1939년 만주(滿洲)에서 출생하여 현재 까지 왕성하게 작품전을 개최하고 있는 여성 미술가 중 한분인데,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삶과 현실을 담은 작품으로 한국 여성주의 미술을 개척하고 발전시킨 대표적 작가이라 하겠다.

40살이 넘어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녀는 1982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난 40여 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윤석남은 어머니와 모성에 관한 자전적(自傳的) 이야기를 초기예술의 뿌리로 삼고 있다.

또한 그녀는 여성문화 운동을 주도하고, 90년 대 페미니스트 잡지 '이프(IF)' 를 발행하는 등 여성문화를 위하여 활발하게 활동을 펼쳤다.

80년 대 부터 여성 문인들과 지속적인 교류는 여성주의에 대한 시각을 넓히고, 작업세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자극과 원천이 되었다.

< '윤석남' 미술가의 일대기 및 작품전을 설명하고 있는 안내문 >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기간 동안 다루어온 '여성사(女性史)' 라는 큰 주제 아래 투쟁과 헌신, 돌봄의 가치 등을 다양한 표현양식으로 조명하고 있는데, 특히 한국 여성 독립운동가를 다룬 채색 초상화를 신작(新作)으로 출품하고 있다.

1. 제1 전시실 :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1,025 마리의 유기견(遺棄犬)을 나무로 조각한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작품에는 모성과 돌봄, 인간애를 아우르는 윤석남의 대표적인 조각 작품이다.

<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전시실의 입구 >

작가는 버려진 유기견을 보살피는 '이애신' 할머니의 사연을 우연히 접하고 그녀의 삶에서 받은 충격과 감동 및 고마움으로 부터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

<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를 설명하고 있는 안내문 >

개(犬)들은 사람과 함께 하고 있지만, 어느 사이 사람 없이 떠돌이 신세가 된 유기견 1,025 마리가 작품이 되어 다시 사람 곁에 돌아와 우리를 바라본다.

작품에는 사랑스러운 표정과 몸짓 속에는 버려진 존재들의 고통을 짐작케 하는데, 작품은 인간의 이기심과 생명 경시와 버림 문화에 대하여 꼬집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간애와 돌봄, 생명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약 5년 이라는 제작기간에 걸쳐 1,025개의 조각품을 만들었지만, 대구미술관 전시실의 협소한 장소로 인하여 800여 마리의 유기견 만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전시공간의 창 너머 자연과 어우러져 모든 생명체는 자연의 일부가 되고, 동물과 인간은 공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 있다고 한다.

< 약 800여 개의 '유기견' 조각품 >

< 나무에 조각한 '유기견' >

<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유기견' >

< 전시실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유기견' >

< 유기견을 돌보고 있는 '이애신' 할머니 >

2. 제2 전시실 : 핑크 룸.

이번 전시에서 또 하나 주목 할 작품은 '핑크 룸(Pink Room)' 의 설치가 되는데, 로비에 조성된 '핑크 룸' 은 1990년 대 중반 부터 이어온 윤석남의 룸 연작 가운데 하나로 다양한 색상과 오브제(Objet)를 통하여 작가의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 '핑크 룸' 을 설명하고 있는 안내문 >

작가는 선 큰 가든의 양쪽 벽면을 통하여 핑크색 드로잉(Drawing)을 벽면 가득하게 붙이고 거울과 구슬을 함께 연출하고 있는데, 핑크는 여성과 성(性) 역할을 대변하는 일종의 ‘아름다운’ 색이라 하겠다.

작가는 여기 형광을 더해 과장된 밝기와 두드러진 형광 핑크를 사용하고 있어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 불안하고 불편한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기대와 현실적인 갈등 속에서 가정 내 여성들이 겪는 압박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 양쪽 벽면을 사용하고 있는 '핑크 룸' 전시실의 전경 >

< 화려한 '핑크' 색을 가지고 있는 작품전 >

3. 제3 전시실 : 채색 초상화 및 드로잉 작품.

1) 한국 여성 독립운동가 채색 초상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오랜기간 동안 다루어온 여성사이라는 큰 주제 아래 헌신, 돌봄의 가치 등을 다양한 표현 양식으로 조명하고 있는데, 특히 한국 여성 독립운동가를 다룬 '채색 초상화(彩色 肖像畵)' 20여 점을 신작으로 선보이고 있다.

< '채색 초상화' 전시실의 전경 >

일제강점기에 남성 못지않은 열정과 희생정신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했지만 이름 없이 사라진 여성들의 존재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밝히고 있는데, 이로서 무명의 희생자로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로 '기억되는' 존재로 복원하고자 한다.

< '여성 독립운동가 채색 초상화' 를 설명하고 있는 안내문 >

20여 점의 초상화는 각각의 여성 독립운동가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여성 독립운동가의 얼굴 모습을 2가지(종이에 연필로 그린 그림과 한지에 분채를 한 그림)로 표현하고 있다.

< 여성 '독립운동가' 의 그림 >

< 제주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고수선' 초상화 >

< 제주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강평국' 초상화 >

< 제주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김옥련' 초상화 >

< 제주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부춘화' 초상화 >

< 일본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가네코 후미코' 초상화 >

< 대구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정칠성' 초상화 >

< 경북 칠곡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임봉선' 초상화 >

< 평북 의주출신 여성독립운동가 '신정숙' 초상화 >

< 충청 천안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유관순' 초상화 >

< 서울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이애라' 초상화 >

< 중국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송정헌' 초상화 >

< 서울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이효정' 초상화 >

< 함경남도 정평출신 여성 독립운둥가 '고수복' 초상화 >

< 제주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김시숙' 초상화 >

< 황해도 송화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노순경' 초상화 >

2) 드로잉 작품.

윤석남은 2001년에서 부터 2003년 까지 수백 점의 '드로잉(Drawing)' 작품을 제작하였는데. 마치 일기를 써내려가는 듯 그린 그림에는 당시 작가의 내면과 여성의 삶에 대한 소외가 은유적(隱喩的)으로 담고 있다.

< '드로잉' 전시실의 전경 >

< '드로잉 연작' 을 설명하고 있는 안내문 >

드로잉의 제목이나 문학적 글귀는 윤석남 작품세계에 깊게 내제된 문학성을 발견하는 흥미로운 지점인데, 작가는 이 기간 동안 작업이 잘 되지 않아 답답하고 불안한 감정을 느끼며 하루 종일 드로잉 작업에 몰두했다고 한다.

< 전시하고 있는 '드로잉' 작품들 >

< 다양한 모양의 '드로잉' 그림 >

규칙적인 습관처럼 매일 꾸준히 그리고 어떤 날에는 몇 장씩 그림을 그렸는데, 그런 시기를 거치고 나니 작가는 작업이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고 손을 쓰며 스스로를 단련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 한지에 분채 형태로 그린 '자화상' >

< 다양한 모습의 '자화상' >

< 종이에 연필로 그린 '자화상' >

이번 전시는 치열하고 용기 있는 삶의 이야기를 윤석남의 시선 따라 가는 여정이라 하겠는데, 소외되고 잊혀진 존재들을 다시 조명하고 여성의 삶과 투쟁이라는 페미니즘을 넘어 휴머니즘의 실천으로 확장된 차원에서 윤석남 작가의 예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