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 문화와 산행.

칼 바람이 부는 경상북도 영주시의 최고봉이 되는 "소백산" 에 올라 눈 폭탄을 만나 보면서.

용암2000 2010. 1. 10. 22:42

 

2010년 1월 9일.

 

나의 친척 중에서 유일한 마지막 생존자가 되는 숙모님의 별세로 빈소 일을 좀 거들다 보니, 년초 부터 산행에 대하여 약간 자숙기간을 가지면서 주춤하다가 2010년 1월 9일 토요일 칼바람으로 유명하다는 소백산 등산 가져본다.

소백산은 철쭉으로 유명한 봄에는 몇 번 찾아본 산이지만 겨울 눈꽃 산행에 더 매력이 있다는 산꾼들 유혹을 종종 듣고는 있었지만, 내가 직접 체험을 하지 못하여 오늘 처음으로 시행으로 옮긴다.

산행 코스는 겨울철 짧은 낮 시간 동안에 충분하게 산행하기에 용이한 소백산 정상 "비로봉" 최단 코스로 올라가는 충북 단양군 "어의곡매표소" 으로 올라가 "천동매표소" 로 하산하는 거리상 제일 짧은 코스 선택하였다.

아울러 몇 일전 한반도의 기록적인 폭설로 아직도 산에는 많은 백설이 내려있는 풍경의 일미 속을 걸러본다는 설레임 가슴에 품고 동행하는데, 관광버스는 등산객을 잔뜩 실고서 11시 정각 "어의동계곡" 입구에 등산객들을 토해 놓는다.

산행 입구에는 산을 찾은 많은 사람들로 인하여 장사진 이루고 있으며, 겨울 산행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완전 무장이 된 등산객들은 차례로 백설로 덮혀 있는 산길을 통하여 자연히 한 줄을 형성하면서, 계곡 따라 나 있는 오솔길로 흡수된다. 

버스 정류장에서 한 300m 정도 올라가먄 어의곡 입산 매표소에 이르는데, 소백산 국립공원 혜택으로 입장료 징수하지 않으므로 관리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빨간 LED 간판 만이 사람들에게 안전 산행이 이루어지기 바라는 표어가 자막으로 홍보하고 있다.

 

< 어의곡 입구에 있는 "산행길" 을 걷는 사람 >               

 

매표소 입구에서 부터 소백산 등산의 백미(百味)가 펼쳐지는데, 오솔길로 이어지는 나무에는 하얀 눈을 덮어 쓰고 무거움에 힘겨워하는 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오솔길 밑으로 걷는 산꾼들은 나무와 반대로 즐거운 듯, 나무들을 배경으로 연신 카메라 작동하면서 추억의 산행길이 끝없이 펼쳐진다.

이렇게도 선남선녀(善男善女들)이 동심의 세계에 머문듯 즐거워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것을 보니까, 이젠 늙어서 카메라 속에 추억의 기념 사진을 남길 가치도 없는 나에게도 다소 기분이 들떠 가는 길이 지체되어도 애교로 받아진다.

 

< "하얀 눈" 으로 덮어쓰고 있는 나무 밑에서 >

 

가는 길에는 눈이 너무나 많이 쌓여 있어 겨울 눈길을 걷는데 필수적인 아이젠도 아무런 자기 역활도 하지 못하고, 나의 신발 밑에 기생하면서 눈 뭉치만 만들고 있어 걷는데 참 많은 힘이 요구된다.

평상 시에 어의곡계곡 입구에서 소백산 비로봉 정상 까지 5.1Km의 산행길에는 2시간 정도면 도달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기록되어 있으나 오늘은 한 발을 걸어면 반 걸음이 미끄려져 내려오는 악 순환의 눈길을 걷다보니, 2배의 힘에 2배 시간에 요구 되어지지만 산 속에서는 바람 한점 없는 고요한 산길에 울찬한 숲속으로 이어지다 보니 가는 길이 오히려 정겨워진다.

해발 1.210m 이정표가 나타 날 때까지 무아지경(無我之境)으로 올라가다 보니, 어느듯 울창한 숲길은 살아지고 고산목이 간간이 나타나면서 소백산의 능선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내 좌측에는 소백산에서 2번째로 높은 "국망봉" 으로 가는 삼거리 이정표가 나타나면서 바람이 불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배낭 속에 여분으로 지고온 방한복을 꺼집어 내어 입는다.

입에는 마스크를 하고 손에는 2컬레의 장갑을 끼고 머리에는 모자를 단단히 쓰고서 혹한의 추위를 대비하면서 능선에 올라서니까, 소백산의 정상 비로봉 까지 나무계단 길이 이어진다.

나무계단에 올라서니까 계단 끝에는 소백산의 최고봉인 해발 1439.5m "비로봉" 이 눈 앞에 보이면서 새찬 폭풍이 일기 시작하는데, 아직은 그런데로 참으면서 앞으로 전진하니까 비로봉 400m 앞 이라는 안내판이 눈 속에 파 붙혀 고개만 살짝 내밀고 있을 정도로 눈이 쌓여있다.

 

< 소백산 "비로봉 정상" 400m 앞에서 >         

 

그런데, 이곳에서 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작난이 아니다.

사방으로 눈발이 내리치면서 지나가는 바람 소리만이 귀청을 흔들고 있으며 이 눈발이 유일하게 숨김이 불가능하면서 노출된 눈 부위에 사정없이 내리치고 있는데, 눈이 칼로서 배는 것이 아니라 주사 바늘같이 꼭꼭 찌르면서 지나간다.

몸 구석 조그만 빈틈에도 허락하지 않고서 파고 드는 바람을 당하여 본 모든 사람들이 이것이 소백산 "칼바람" 이라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하여 본다.   

내가 보기에는 칼바람이 아니고, 주사바늘 바람 같은데.....

안경 쓴 등산객을 보니까 얼마나 부려움이 나오는지 그 시샘이 바로 눈 앞에 있는 소백산을 죽이고 싶은 마음으로 발동되어 지는데. 지금까지 열심이 공부하지 않고 농띵으로 살다 보니 안경 한번 써 보지 않고 지내온 것이 이곳 소백산 정상에 오니까 후회 막급이다.

만약 남들과 같이 열심히 공부하여 시력이 나빠져 안경이나 쓰고 살았다면 이렇게 혹한 눈보라가 치드라도 눈 주위가 보호되어 걱정없이 방어가 될 것인데, 노력하지 않고 게으르게 살아온 인생이 원망 스럽다. 

또한 내가 느낀 체감온도는 아마 -30도는 충분한데 일부 사람들은 -20도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 이것 또한 나일롱 뻥으로 군대생활을 하다 보니 최전방 근무 경험이 없어 온도 차이를 경험하지 못 한 무경험이 나를 무식하게 고생시키고 있다.

 

< 소백산 정상에 있는 "안내 표시판" > 

 

어찌하든 정상에 올라 서니까 여러 방향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가 이루어지다 보니 정상석을 배경으로 하여 번번한 사진 한장 남기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정상석 뒤쪽으로 이동하여 얼굴만 빼꼼히 내어다 놓고 사진 한장으로 정상에 왔다는 기념품(記念品)을 만들어 보는데, 살아생전 처음으로 어리석은 행동 많이도 하여보는 시간이다.

 

< 소백산 "비로봉 정상석" 뒤편을 배경으로 > 

 

고려 말 "나옹선사" 님은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조용필의 "킬로만자로의 표범" 이라는 노래 가사에서,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 두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살아져도,

빛나는 불꼿으로 타 올라야지,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이 없으면 또 어떠리......

 

나옹선사는 사람답게 살다가 흔적없이 살아지라고 하는가 하며 나와 동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조용필은 그래도 살아간 흔적이나마 남기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하는데, 어느 것을 선택하여야 하는지 참 구별이 안된다.

이곳 까지 죽을 고생하면서 올라와 사진 한장 만들려고 용쓰다가 많은 젊은 이들에게 밀려서 정상석 앞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뒤쪽에서 겨우 사진 한장을 찍어 흔적 만들어 보는데, 그 흔적이 지금와서 무엇에 쓰겠나 죽어서 영전에나 써 볼까? 

정상에서 잠시 머문다는 것이 추위로 인하여 너무나 고통스러워 아무런 생각도 없이, 급하게 애둘러 하산길로 접어든다.

내려오는 능선길에는 그 많은 눈이 바람에 다 날려가 버리므로 나무계단을 내려오는데, 오히려 아이젠이 더 성가 스럽게 만든다.

 

< 겨울에는 다시 안 갈 "비로봉" 을 뒤돌아보면서 >

 

긴 계단으로 연결된 끝에는 연화봉이 아련히 보이고, 그 앞에는 소백산 천문대 돔형 지붕이 무거운 백설로 덮혀서 융곽만 보이면서 눈속에 잠들고 있다.  

한 10분 정도 내려오면 고산목이 되는 주목단지가 나오면서 이 주목을 보호하기 위한 "주목 관리사" 가 작년까지 있었으나, 관리사가 너무나 오래되어 작년 가을 관리사를 철거하다 보니 이제는 산 정상 부위에서는 바람을 피할 곳이 한군데도 없어 주린배를 움켜지고 무작정 하산길을 재촉하여 본다.

이내 천년기념물 제244호로 지정이 된 200-600년된 주목 군락지에 이르니까, 5-6m 아름들이 주목이 하얀 눈 완전히 덮어 쓰고서 강한 바람을 지탱하고 있다.

 

< 많은 눈을 덮어쓰고 있는 "주목나무" >

 

< 눈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축쳐진 "주목나무" >

 

일부 사람들이 주목나무 밑에서 혹한의 바람 피하면서 무겁게 지고온 음식을 먹으면서 겨울산행 미(美)에 만끼하고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30분 정도 더 내려오면 아담한 "천동휴게소" 가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소백산 정상에서 그렇게 강력하게 부는 바람이 언제 그렇게 불었는지 하면서 너무나 고요 함에 빠지면서, 한박 눈이 소리없이 내리고 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여 본다.

 

< 반가운 "천동휴게소" 를 보면서 >

 

오후 4시 경 추위에 언 몸을 풀기 위하여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따뜻한 오뎅 국물과 더불어 매우 늦은 점심식사를 하여보는 산행을 가졌는데, 오늘 정말 소백산의 칼바람을 제대로 한번 맛 본 산행이 된다. -끝-